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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고 싶은 꿈, 문학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1

좋은 꿈 꾸셨나요? 2016. 12. 2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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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수가 내 위로 몸을 일으켜 자기 입술을 내게 갖다 댄다. 


  예전에도 내 장갑 낀 손 위로, 내 뺨 위로 신사의 조용하고 마른 입술을 느낀 적이 있다. 내 손바닥 위로 리처드의 축축하고 암시가 깃든 키스를 참아 낸 적이 있다. 수의 입술은 차갑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내 입술과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점점 따뜻해지고 촉촉히 젖어든다. 수의 머리털이 내 얼굴 위로 쏟아진다. 수를 볼 수는 없다. 단지 느끼고, 맛볼 수 있을 뿐이다. 수에게서 잠의 맛이, 살짝 시큼한 맛이 난다. 너무나 시큼하다. 나는 입술을 벌린다. 숨을 쉬려고 혹은 삼키려고 혹은 어쩌면 수에게서 비키려고 입술을 벌린다. 하지만 숨을 쉬면서 혹은 삼키면서 혹은 비키려 움직이면서 나는 내 입 안으로 수를 당겨 버렸을 뿐이다. 수도 입술을 벌린다. 수의 혀가 입술 사이로 나와 내 입술을 만진다. 


  그리고 이에 내가 몸을 떤다. 혹은 경련을 느낀다. 무언가 날것을, 상처 또는 신경의 고통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가 움찔대는 것을 느끼고 수가 몸을 뺀다. 하지만 느릿하게, 느릿하게, 그리고 내켜하지 않으며 뒤로 물러선다. 그래서 우리의 축축한 입은 떨어질 때 서로 붙어 있는 듯이, 찢어지는 듯이 느껴진다. 수는 내 위에서 몸을 멈춘다.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나는 그게 내 심장 박동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의 것이다. 수의 숨결이 빨라진다. 수가 매우 가볍게 몸을 떨고 있다. 


  그리고 나는 수가 흥분한 것을, 수가 놀라고 기뻐하는 것을 눈치챈다.


   <느껴지시나요?> 수가 말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수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 <느껴지시나요?>


  느낀다. 유리로 만든 모래시계에서 모래알이 떨어지듯 내게로 떨어지고, 쏟아지고, 흘러내리는 것 같다. 그다음 나는 움직인다. 나는 모래처럼 건조하지 않다. 나는 젖어 있다. 나는 물처럼 잉크처럼 흐르고 있다. 


  나도 수처럼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겁먹지 마세요.> 수가 말한다. 목소리가 메인다. 나는 다시 움직이고, 수도 움직여 내게로 가까이 오고, 내 몸이 수 쪽을 향해 들썩인다. 수는 전보다도 더 격하게 떨고 있다. 나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떨고 있다! 수가 말한다. <좀 더 리버스 씨를 떠올리세요.> 나는 나를 바라보는 리처드를 상상한다. 수가 다시 말한다. <겁 먹지 마세요.> 하지만 겁먹은 듯이 보이는 것은 바로 수이다. 수의 목소리가 여전히 메인다. 수가 다시 내게 키스한다. 그리고 수가 손을 들어 올리고 내 얼굴 위에 와 닿는 수의 손가락 끝이 떨고 있는게 느껴진다. 


  <보이시나요?> 수가 말한다. <쉬워요, 쉬운 일이에요. 리버스 씨를 더 생각하세요. 그분이 원하실 거예요...... 그 분이 아가씨를 만지길 원하실 거예요.>


  <날 만지길 원한다고?>

  

  <그냥 만지기만요.> 수가 말한다. 떨리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냥 만지기만요. 이렇게요. 이렇게요.>


  


<핑거스미스> pp.462~463, 세라 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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